일본은 고령화 속도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유병률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식습관, 걷기 중심의 생활 방식, 그리고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예방 시스템 덕분입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에서 어떻게 당뇨병을 예방하고 있는지, 식단과 운동 문화, 그리고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자세히 소개합니다.
전통 식문화와 소식 습관이 만든 혈당 안정 비결
일본인은 오랜 세월 동안 ‘소식’이라는 식습관을 유지해왔습니다. 식사는 주로 흰쌀밥, 된장국, 생선, 해조류, 채소 반찬으로 구성되며, 고지방이나 고당류 식품은 적게 섭취합니다. 대표적인 음식인 낫토, 미소된장, 다시마, 버섯 등은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식사 순서에도 주의를 기울입니다.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하면 혈당 급상승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2025년 기준으로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50세 이상 인구의 약 74%가 식사 순서를 의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식사 속도 역시 천천히 오래 씹는 것이 일반적이며, 한 끼당 섭취량도 소식 위주로 구성됩니다. 일본의 식생활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염분과 당분이 낮아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당뇨병 예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장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 많아,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춰주며 전반적인 신진대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걷기 중심의 일상 운동과 지역 커뮤니티
일본의 도시 설계는 철저히 걷기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발달해 자가용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일본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7,000~9,000보 이상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WHO가 권장하는 수준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걷기 프로그램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주민센터, 보건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기적으로 ‘건강 걷기 모임’, ‘실버 걷기 교실’ 등을 운영하며, 참여자에게는 포인트 적립이나 상품권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운동을 공동체 활동으로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인구의 80% 이상이 하루 30분 이상의 빠른 걷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걷기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 그룹은 인슐린 감수성이 17%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걷기는 정신 건강 개선에도 효과적이어서 스트레스 완화 및 수면 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는 전반적인 당뇨병 예방에 선순환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당뇨 예방 정책과 교육 시스템
일본 정부는 2008년부터 ‘메타보 건강검진’을 실시하며 내장지방, 혈압, 혈당, 중성지방 등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40~74세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수치가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전문 건강관리 지도를 받도록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이 제도를 통해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조기 발견 및 관리 대상자로 등록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별 당뇨병 전문 클리닉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설에서는 1차 진료뿐 아니라 식이 상담, 운동 코칭, 그룹 교육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본 정부는 예방이 치료보다 비용 효과가 높다는 판단하에, 당뇨병 예방 예산을 2024년 대비 18% 이상 확대 편성했습니다. 학교 및 직장에서도 당뇨 예방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건강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운동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자가 건강관리 플랫폼도 정부와 연계하여 보급되고 있으며, 이 플랫폼을 통해 혈당 기록, 식단일기, 운동 습관 등이 자동으로 관리되며 의사와 공유됩니다. 이처럼 일본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시스템과 정책이 조화를 이루며 당뇨병 예방에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식습관 관리, 걷기 중심의 생활문화, 정부 주도 예방 시스템으로 당뇨병 유병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의지에 맡기지 않고, 환경과 제도를 통해 건강한 선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든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생활 속 당뇨 예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